요즘엔 SNS 활동을 많이 하지 않지만, 리마인더 알림들 덕분에 한동안 가상 공간에 차곡 차곡 쌓아올린 글과 사진들이 소환되며 그 당시 했던 고민들과 느꼈던 감정들이 상기될 때가 있다.
오늘도 페북이 강제 추억 소환을 실행했다.
7년전 오늘, 미국 학생 비자 승인을 받고 돌아오는길에 공식적으로, 미국 유학길에 오르게 된것을 친구들과 지인들에게 알렸고, 자신의 일처럼 축하와 격려를 해주는 사람들 덕분에 감동했고 마음이 참 따뜻해졌더랬다.
지난 7년을 돌아보면 나에게 잔잔하고 큰 영향을 주었던 일들이 몇 있다 :
- 미국 땅을 처음 밟으면서 크고 작은 문화충격을 받았던 일들
- 비전공자로서 따라가기 벅찼던 코스웍들. 운영체제 (Operating System) 코스가 전공자들 사이에서도 난이도가 높기로 악명 높았는데, 1000 줄에 임박하는 c++ 코딩 과제를 처음 받았을 때 어디부터 손을 대야될지 몰라 멘붕이 왔었다. 밤 새면서 펑펑 울었던 흑역사도 있는데 ㅋㅋ 비슷한 난이도의 과제를 2주에 한번씩 5-6 정도 제출하면서 학기가 끝날때즘엔 코딩에 자신감도 나름 붙고, 그래도 해냈다는 뿌듯함도 생겼던 석사 과정
- 투자은행의 써머인턴 면접, 인턴쉽과 정규직 전환. 재택근무를 하는 와중에도 승진 케이스를 위해 힘써주던 많은 사람들 덕분에 벅차올랐던 마음. 그리고... 월가에서 발에 채일 정도로 많다는 Vice President 직급(이사로 직번역되나 한국으로 치면 과/차장급) 까지 찍어본 경험
- 그런데 반전은 -- 난 승진에 필요한 연차를 채웠고 고과도 항상 잘 받았는데 승진 못할까봐 전전긍긍 한것. 알고보니 동기중에 나보다 고과가 비슷하거나 낮았던 친구는 필요한 연차를 채우기 1년 전에 승진을 요구했고 비록 떨어지긴 했지만 승진 심사까지 받았던것. 나는 왜 고과를 잘 받으면서도 승진을 요구할 생각조차 않했던가. 나는 회사와 매니저만 좋은 일 시켜주는 호구였구나라는 현타.
- 면접관으로 내 안목으록, 내 의견을 피력하고 사람을 뽑아본 것
- 나보다 일을 못하는 후배가 먼저 직급을 올리며 이직을 했을때에 받았던 충격. 그 친구가 링크드인에 올린 이력서는 솔직히 허풍으로 가득 차있어서 조금 경악했지만 포장의 기술과 면접 실력의 중요성을 알게 됐던 계기 였다. 난 그때까지 실력만 중요하다고 생각했었고, 나보다 더 좋은 회사, 높은 직책에 있는 사람들은 다 나보다 더 똑똑하고 실력이 있어서 그런줄 알았다.
- 나름 성공적이었던 (솔직히 내가 준비했던것에 비하면 과했던) 이직과 연봉 협상 과정.
- 새로운 직장에서 일상 업무외에 부서내 멘토링 프로그램을 책임지게 된것.
20대 중반의 나는 겉으로 보기엔 패기가 넘쳤지만, 사실은 소심하고 나에 대한 확신이 부족했었다. 미국행 비행기를 타기전까지 미국 대학, 직장이 닿을 수 없을 정도로 멀어 보이고 내가 과연 잘해낼 수 있을까 얼마나 두려웠던지...
오늘의 나도 별로 달라진건 없다. 아무리 세상의 중심이라고 불리는 뉴욕이라도 사실 사람 사는것 어디나 다 똑같고, 한번 두번 이직해본 사람이라면 알겠지만 그 회사가 그 회사이다.
달라진 것이라면 지난 7년간 small wins 가 많았고 나에 대한 불신을 조금은 떨쳐버린것. 대단해 보이는 학교도 직장도 사람도 사실 까보면 나와 별반 다를게 없다는것을, 나도 할 수 있다는 것을 깨닳은것 정도일까. 완벽주의자 성향이 조금 있어서 세상이 원하는 기준보다 내 기준이 훨씬 높았던... 자신에게 혹독한 잣대를 들이대는 바람에 항상 부족한 사람이었던 내가 사실을 충분히 잘 하는 사람이고 더 좋고 높은것을 원해도 괜찮다는것을 깨닳았을때 지난 몇십년동안 난 참 미련하게 살았구나라며 우울해지기도 했지만.. 결국엔 이런 생각들이 모였을 때 사람이 성숙해지고 결국엔 성장하게 되는 발판이 되는게 아닐까.
남은 30대에는 좀 덜 미련하게 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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