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earning : 자기 계발/Work : 개발자로 살아남기

이직, 혹은 연봉 재협상의 기회 : 카운터 오퍼

륜:-) 2021. 2. 18.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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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 헤이 B, 할 얘기가 좀 있는데 언제쯤이 좋아?

 
매니저한테 면담 신청을 하고 오전중에 미팅을 잡았다. B는 3-4년동안 내 매니저였던 중국인 아저씨이다. 
 

나 : 다른 회사에서 오퍼 받은거 있어서 고민중인데, 아마 가게 되지 않을까 싶어. (I'm heavily leaning towards it)
B : 어 진짜? ...혹시 어떤 오퍼인지 물어봐도 돼?
나 : 그럼 당연하지, 근데 off the records 야. 오퍼 받은 회사는 C 이고, 제시받은 연봉은 00 정도야
B : 그래? 좀 놀랍네. C 가 그렇게 많이 주는 줄 몰랐네. 
나 : 응. 나 사실 active 하게 구직하고 있었던건 아니였는데, 면접 기회가 와서 면접 봤었고, 오퍼를 받았을때 나도 놀랐어. 솔직히 거절하기 힘든 오퍼야. (It is a really difficult offer to decline). 좀 갑작스럽지?
B : 아니 갑작스러운건 아니야. 물론 개인적인 욕심으로는 네가 여기 남아있으면 좋겠지만, 더 잘 되고 좋은 자리 있으면 이직해야지. 그렇게 경험도 쌓고 성장하는거고, 계속 금융쪽에 있을거면 언젠가 다시 같이 일할 수도 있지.

 
한주 내내 어떻게 퇴사에 대해서 얘기를 꺼낼까 고민했던것이 무색하게, B는 기쁘게, 따뜻하게 응원을 해주었다.
현재 팀 상황이 안좋은걸 알면서 하필 지금 나가야겠어? 내가 너 승진하도록 얼마나 애썼는데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래? 등의 책망을 각오했었는데 의외였다. 역시 미국은 이직을 장려하는 사회라는걸 새삼스래 다시 체감했다.
 
아무래도 이직이 활발하다 보니 퇴사 통보 조차도 개인적인 감정보다 네트워킹, 소위 인맥 관리 차원에서 보면서 '나중에 내가 갈 수도 있는 회사에 이미 아는 사람이 있다면 나중에 도움을 받을 수도 있으니 좋다' 정도로 생각하는것 같다. 
사실 B같은 경우만 해도 리먼 사태가 터졌을때 리먼에서 근무했던 사람이고 ㅋㅋ 다른 2개의 투자 은행에서 근무를 하다가 우리 회사로 온 사람이다.  지금 회사에 와서도 옛 동료들과 재회하는 경우가 심심치 않게 있더라.
 

B :  거기 가면 뭐 신기술을 배우거나 재미있는 프로젝트를 하게되나? 비자나 영주권 스폰서 어떻게 해준데?
나 : 음.. 잘 모르겠어. 아마 지금이랑 비슷한 이전 (migration) 프로젝트 할거고, 레벨도 비슷해서 크게 기대되는건 아니고, 영주권은 입사하면 바로 진행 해줄것 같아. 아무래도 연봉 인상이 굉장히 큰 요소야. 너도 알다싶이 나 팀도 좋았고, 지금 하고 있는 일도 즐겁고, 플젝도 재미있고, 너도.. 나 계속 키워주려고 애쓰고 있는것도 알아.
B : 흠, 뭔가 완전히 새로운 걸 하는것도 아니고 인더스트리를 바꾸는것도 아니면 성장 속도도 지금이랑 비슷하겠네
나 : 응, 알잖아, 나 지금 하고 있는 일 너무 좋아하는 거. 그냥 오퍼가 거절하기 너무 어려워
B : 그럼, 알지. 

 
사실 이전에 퇴사했던 팀원들은 모두 테크 회사로 이직을 했다. 페북, 마소, 어도비, 구글, 아마존. 그리고 그들은 하나같이 연봉이 아쉬워서 나간다는 얘기보단 새로운 인더스트리로 옮겨간다는 이유를 댄것으로 안다. 얼굴 붉히는 상황을 안만들고 최대한 나이스하게 사람을 대하는것이 미국식 커뮤니케이션인것 같다.
근데 이런 얘기들을 하다가 나도 모르게 울컥하며 조금 감정적이 되었다. 생각보다 우리 팀에 애착이 많고, 매니저한테 감사한 부분들이 많은것 같다.

 

B : 아무래도 그정도 경력때는 연봉 올리려면 이직 하는 방법이 없긴 해. 시간은 얼마나 남았어? 혹시 네가 여기 남기 위해서 내가 해줄 수 있는게 있어? 카운터 오퍼 주면 남아 있을거야?
나 : 3주. 나 사실 오퍼 수락했고, 비자 등 서류 작업도 다 끝나서 얘기하는건데... 혹시라도 매칭 해줄 수 있으면 남아 있고는 싶어.
B : 오퍼랑 지금 연봉이랑 차이가 있어서 내가 보기에는 카운터 오퍼로 매칭하기 힘들것 같아. 그래도 일단 물어는 볼게.  혹시 조금 퇴사 일정을 조금 조정할 수는 있을까? 3월 말쯤으로.
나 : 3월 말까지는 힘들것 같은데 물어보고 알려줄게.

 
일단 이정도로 대화는 마무리 했고, 이번주 안으로 다시 얘기해보기로 했는데 크게 달라질건 없는것 같다. 
솔직하게 담담하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매니저가 있어서 참 좋았다. 남은 기간동안 잘 마무리 할 수 있기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