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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성공적인 연봉협상 하는 법 - 이직 편

륜:-) 2021. 3. 5. 1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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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에서 최근 이직 제안을 받으면서 겪었던 연봉협상 과정에 대해 적어보자 한다. 

 

 

#사전 조사

연봉 공개를 하는 사이트들은 많지만, 오랜시간 데이터가 축적될 수록, 물가 상승이 반영이 안되거나 최근 연봉이랑 섞여서 편차도 큰 경우도 많다. 이게 10년전에 받던 연봉인가 현재 받는 연봉인가 긴가민가 할 때가 있는데, 최근 연봉 데이터를 꽤 정확하게 보여주는 사이트가 있다. 다른 직군의 데이터는 많이 없지만 개발자들은 아래 사이트를 애용한다.

www.levels.fyi

 

연봉 데이터를 가지고 도시별로 중간값을 보여주기도 한다

 

 

 

# 희망 연봉 정하기

주마다 다르지만 뉴욕주의 경우에는 구직자가 현재, 혹은 지난 연봉을 공개할 의무가 없기 때문에 현연봉 + X% 라는 계산보다는, 새로운 포지션에서 어떤 일을 하게될지 파악 후, 내가 만족 할 수 있는 연봉이 무엇인지 정하는 approach 를 사용할것을 추천한다. 

 

- 엄청 만족하면서 수락할 금액

- 적당히 만족하면서 다닐것 같은 연봉

- 살짝 아쉽지만 제의를 받았을 때 수락할 최저 기준

- 제의를 받아도 수락하지 않을 금액

 

- 정도의 기준을 잡고나면 연봉 협상할 때 최소한 인사 담당자의 페이스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연봉은 고고익선이라지만, 직군, 인더스트리, 회사 크기, 지역, 등에 따라 '좋은 대우' 의 정의가 달라지니 여러가지 요소들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 희망연봉 최대한 늦게 공개하기.

면접도 보기전에 희망연봉을 거론하며 선입견이 생기도록 하는 것 보다는 최종면접을 잘 끝낸 뒤, '내 실력은 이정도니까 이정도 연봉 받아야 된다고 생각해' 라고 협상을 시도하는 것이 훨씬 더 쉽다.

 

일단 최종 면접을 통과하게 되면, 인사 담당자와 연봉 협상에 들어간다. 

'얼마까지 알아보셨어요?' 라는 회사측과 희망 연봉대신 '얼마까지 가능한데요?' 라고 질문을 던지는 구직자의 밀당이 시작된다. 먼저 숫자를 말하는 사람이 지는거다- 라는 얘기가 공공연하다. 회사는 너무 높게, 구직자는 너무 낮게 부를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인사 담당자에게 '저와 비슷한 포지션에서 일하는 사람들의 연봉 레인지는 어떻게 되나요?' 라는 질문을 해볼수는 있지만, 인사 담당자는 회사가 원하는 금액을 제시할 뿐, 연봉 협상에 도움을 줄 수 있는 상대가 아니다.

 

미국은 너도 나도 연봉제이다 보니, 인더스트리 / 연차 / 직급에 따른 연봉 테이블도 두루뭉실하고 편차가 크기 때문에 적절한 연봉을 정의하기가 참 어렵다. 공채라면 모를까, 공채가 없는 회사에서는 쌩신입의 연봉까지도 협상 능력에 달렸기에 자신의 시장가치를 모르고 섣부르게 협상을 시도하다가 신입보다 못한 연봉을 받으며 입사할 수도 있다. 

 

희망연봉을 공개해야 될때는, 엄청 만족하면서 수락할 금액, 혹은 면접을 아주 잘 봤다면 + a% 정도로 운을 띄워 보는게 적당한것 같다.

 

나 같은 경우에는 희망 연봉 얘기 할 때 'I am looking for something on the North of XX (XX 이상 생각하고 있어요)' 라고 했는데 추천하지 않는다. 나중에 보니 인사 담당자가 'XX 이상' 이라고 한 것을 'XX' 로 기억하고 있더라. 두리뭉실한 표현보단 정확한 숫자가 좋은것 같다.

 

 

# 연봉 협상. 

희망 연봉 공개 후에는 협상이 시작된다.

사실 연봉 협상은 이번이 처음이었는데, 주도적으로, 뻔뻔하게(!) 내가 원하는 것들을 잘 받아낸것 같아서 나름 성공적이었다고 생각한다.

다른 곳은 어떨 지 모르겠지만, 미국에서는 처음 제시받은 연봉은 승낙하지 말라는 얘기가 있다. 일단 괜찮아보이는 금액이라도 인사 담당자는 협상 여지를 감안해서 20-30% 적게 제시하기 때문.

 

나 - "희망 연봉은 100 이상 생각하고 있어요. 이정도면 그 회사 연봉 레인지 안에 있나요?"

A - "네, 가능할것 같아요. 매니저랑 확인해보고 연락 드리죠."

나 - "그리고 지금 이직하게 되면 비자관련 물어내야되는 변호사 비용이 XX 정도 있어요."

A - "알겠습니다, 싸이닝으로 XX 를 드리겠습니다."

나 - "그리고 세후로 계산해주셨으면 합니다."

A - "네, 당연히 반영해 드려야죠."

 

 

# 다음날

A - "연봉 제의 드리겠습니다. 베이스 70, 타겟 보너스 15 해서 85정도면 어떠신가요?"

나 - "음.. 어제 제가 희망 연봉 말씀드렸는데요. 불가능한 숫자인가요?"
A - "아니 그건 아니고, 100이라고 하셨으니 15% 정도 협상 가능할까 해서요"

 

이 때 아차 싶었다. 희망 연봉을 '100 이상'이 아니라 '110' 이라고 말했더라면 아마 90 을 제시 받았었겠지.

 

나 - "100이 아니고 100 이상을 기대한다고 했었는데요."

A - "그럼 혹시 베이스 75, 타겟 보너스 18 해서 93은 어떠세요?"

나 - "... Could you do better? 혹시 100을 맞춰줄 수 있으실까요?"

A - "음... 조금 어려울 것 같은데요"

 

분명히 100 정도면 맞춰줄 수 있다고 했는데 담당자가 조금 망설이는듯 했다.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면 뭘까?

전화 통화만으로는 내 의중을 파악하기 힘들어서가 아닐까, 라는 생각이 스쳐지나갔다.

 

나 - "...지금 진행중인 곳들 중에서 이 회사가 가장 마음에 들어요. 다음주쯤 면접을 잡으려는게 있지만 희망 연봉 맞춰주시면 바로 계약서 쓸 수 있을것 같아요."

A - "바로 계약할 의향 있다는거 진심이죠? 협상한 오퍼를 들고 다른 회사 카운터로 사용하는 사람들을 많이 봐서요. 제안서가 나갔는데 입사 안하시면 전 패널티를 받습니다."

나 - "네, 가능하다면 여기로 가고싶습니다. 면접 볼때 팀이랑 프로젝트가 너무 마음에 들었어요. 만약 안된다면... 최근 승진도 되어서 다음에 면접볼 회사랑은 새로운 기준으로 협상 시작할거고, 제시 받을 수 있을 금액이라고 생각합니다."

A - "그렇군요, 그정도는 승인이 조금 필요해서, 다시 확인해보고 연락 드릴게요"

 

 

# 그 다음날

A - "베이스 80, 타겟 보너스20 해서 100 맞춰드리겠습니다."

나 - "음, 혹시 싸이닝 보너스는 더 못 주시나요? 전에 변호사 비용만 물어주신다고 했던것 같은데... 어떻게 안되나요?"

A - "..... 처음 말씀드린 금액 이상은 불가능할 것 같습니다. 저희 원래 싸이닝 보너스 안드립니다."

나 - "네, 신경 써줘서 감사드립니다. 바로 계약서 싸인하겠습니다."

 

 

몇가지 중요 포인트가 있다고 느꼈는데 :

- 역시 재직중인 회사가 있는것이 구직자에겐 큰 플러스 요인이 된다. 아마 쉬고 있었다면 이런 힘이 없었겠지.

- 인사 담당자도 내가 1차로 제시된 금액을 승인하지 않을걸 예상하고 들어온다. 내가 거절하자마자 지체없이 다음 금액을 불러줬다. 아마 조금 지체했더라면 '아, 정말 희망 연봉은 힘든가?' 라고 생각했을법 했는데, 바로 대응하는것을 보고 '그럼 그렇지~' 라는 확신이 들어서 더 강하게 나갈 수 있었다.

- 솔직히 말하자면 다음주에 다른 회사랑 면접이 잡혀있다는것은 정확한 사실이 아니였다. 거짓말이라기보단, 비슷한 시기에 면접을 보았던 회사의 1차 면접이 끝나고 아직 연락을 받기 전이었어서 면접을 볼 가능성은 있(다고 생각했)었는데, 그 가능성을 A 한테 알리는것도 협상 테이블에서 내게 유리하게 적용했다. 몇일이 안되서 그 회사로부터 더 이상 진행을 안하겠다는 연락은 받았으니 타이밍 좋게 사용했던 카드였다.

- 여러 회사에서 오퍼를 받고 서로 경쟁하도록 시키는 사람들이 많아서 리크루터도 몸을 사리더라. 물론 구직자 입장에서는 가장 많이 주는 회사로 가고 싶은 마음이 크겠지만, 그들로 인해서 리크루터도, 다른 구직자들도 불이익을 당할 수 있다는걸 알게됐다. 

 

 

사실 처음 협상 후 나온 93 정도면 만족할 만한 금액이었지만, 몸 담고 있는 회사가 너무 좋아서 '100 못맞춰주면 여기 좀 더 다니다가 맞춰주는곳으로 가야지 뭐~' 라는 생각으로 강하게 나가보았는데, 이게 정말 먹힐 줄은 몰랐다. 

덕분에 뻔뻔하게, 당당하게 밀어 부칠 수 있었고, 마지막에 내가 싸이닝 보너스를 재언급 했을 즘엔 A는 나한테 탈탈 털렸다는 느낌? ㅋㅋ 질렸다는 느낌으로 대답을 했으니 이건 내가 봐도, A가 봐도 나의 승리로 끝났던 협상이었다.

일단 입사를 하고나면 연봉 상승률이 기대치에 못미치는 경우가 많아서 (승진을 하는데도 연봉은 동결인 경우도 많이 봤다) 이직이라는 기회를 최대한 활용해야겠다고 다짐했었는데, 막상 말 몇마디에 처음 제시된 연봉의 15%이상이 오르는 경험을 하니 신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