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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들 이북 리뷰] 무법지대에선 난 어떤 선택을 할것인가, The Stand | Stephen King

륜:-) 2013. 5. 29. 18: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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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 Stand


장장 4개월에 걸쳐 읽은 스티븐 킹의 "The Stand"라는 장편 소설.

출판된지 30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스티븐 킹의 명작중 하나라길래, 완전무삭제판으로 무려 1213페이지라는 두께(?)에도 불구하고 , 있는시간 없는시간 쪼개가며 완독한 책. 2월 1일에 구매했으니 2월, 3월, 4월, 5월.... 끝자락에야 겨우 책을 덮을 수 있었다.

요 근래 의도치 않게 페이지수가 많은 책들만 읽게된것 같은데, 뭔가 체력이 많이 소비되는 습관인것 같다. 책은 자고로 많이 읽어야 한다더만 이렇게 읽어서야 1년에 10권이나 읽어보겠니 ㅜㅜ 킨들 페화로 읽다보니 손에 잡히는 묵직함과 더불어 책을 읽는 속도와 진도가 생생하게 전달되지 않아 두꺼운 책을 읽는 재미가 반감되기는 했으나, 여기저기 들고다니며 짬짬히 읽을 수 있다는 장점이 또 있으니, 두꺼운 책을 전자책으로 읽는것도 나쁘진 않다.

한국에서는 "미래의 묵시록"이라는 제목으로 출판이 되었다고 한다. 독자들이 오싹해할 정도로 선과 악을 그려내고 인간의 본성과 미묘한 심리적인 변화까지 세세하게 표현한 책. 그 당시 생소했을 소재임에도 불구하고, 풍부한 표현력과 빠른 전개로 3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감탄이 나오게 만드는 소설. 소설임에도 불구하고 한번 읽고 마는게 아니라 읽는 내내 생각을 하게 만들었던 책. 그래서 더더욱 끈기있게 완독을 했던것 같기도 하다.

전반에서는 Apocalypse 이후 1%의 인구만 살아남았다면. 남은 사람들은 어떻게 살아나갈까. 라는 생각을 하도록 만든 책.
보통 지구 종말을 소재로 한 영화를 보면 지구 종말까지의 스토리라인을 담고 있는 경우가 많고, 그 이후 생존자들의 삶은 아예 다루지를 않거나, 비현실적으로 묘사를 해버리는 경우가 많았지만, The Stand 를 읽으면서 잠깐 들었던 생각은, 지구 종말때 (살아남을 수 있다면) 살아남는게 과연 좋은것일까? 라는 생각. 줄어든 인구로 인해 수요와 공급의 balance가 무너지고, 공산품들이 넘쳐나는 세상이 온다고 한들, 내가 아끼는 사람들이 먼저 죽어가는 모습과, 사무치는 외로움을 견뎌야할 이유는 무엇일까. 소설속에 나오는 인물들은 도대체 어떤 희망을 가지고 살아가는걸까. 저렇게 고생해서 살아나간들 마지막에는 무엇이 기다리고 있는것일까.

이런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기 시작했고, 결국에는, 사람은 왜 사는가... 라는 철학적인 질문을 내 자신에게 던지는 날 발견하게 되었다 -_-

크게 파고들것도 없이, 그래서 종교가 필요하다. 라는 보편적인 결론이 조금 뻔하긴 하지만, 그나마 가장 정답에 근접한것 같기도 하다. 그것마저 아니라면, 왜 이렇게 치열하게 살아가야되는지에대한 회의감만 들것 같으니까.

후반부에서는 내가 그 1%였다면 어떻게 살아나갈까라는 고민을 하도록 만든 책.

부모님도, 선생님도, 경찰도... 사회적으로 내 행동을 제어할 사람도, 잘 보여야될 사람도 없어지고 난 후라면 난 어떻게 살아갈까. 지금의 나와 같은 사람일까? 아니면 나도 몰랐던 내 자신으로 변해버릴까? 내가 지금 착하게(?) 살아가는것은 과연 자의에 의한것일까, 타의에 의한것일까. 내 소신대로 살아가는것일까, 남의 시선과 눈치를 보며 살아가는것일까.

현존 정부와 사회가 없어진 후, 남은 사람들은 더욱 좋은, Utopia 스러운 사회를 만들어 나갈것으로 예상되지만 결국엔 기존에 있었던 사회를 모방해나가고, 기존의 틀에서는 벗어나지 못하는것을 보면서 안타깝기도 했고, 자원이 풍족해지고, 어려웠던 환경이 나아지기 때문에 단순하게 범죄가 없어질것이라고 생갔했던것과는 달리, 그런 와중에서도 나쁘게 살던 사람은 더 추악한 범죄를 저지를 수도 있다는것을 제시해주었을 때 절망감이 들기도 했다.

Human behavior 와 사회의 characteristics 를 연구하여 새로운 사회에 대한 예견을 하는 Glen Bateman 이라는 캐릭터를 보면서 중간중간 사회학, 특히나 anthropology 가 참 재미있을것 같다는 생각도 잠시 들었던 책. 예전엔 친구가 인류학? 공부한다고 했을 때 저런거 왜 하나 싶었는데, 인간은 역시나 연구대상인것 같다.

선과 악의 incarnation으로 묘사된 Mother Abigail 과 Randall Flagg가 날 부른다면 난 과연 누구를 선택하고 어떤 줄에 설것인가. 어떤 Stand 를 택할것인가. 마냥 좋은 사람은 Mother Abigail을, 나쁜 사람은 Randall Flagg 편에 붙었을거란 근거없는 예상도 간간히 challenge 를 해준다.

이래저래, 개개인의 소신과 선택이 중요하다는 뜻에서 The Stand 라는 제목을 사용했던것 같고, 그런 의미에서 작가가 전달하고자 의도했던 생각에 크게 공감이 가는바이다. 간만에 여운이 오래도록 남을 책 한권을 읽은것 같다.